국립수목원 열대식물자원연구센터는 최첨단 유리 온실로 사계절내 온습도가 조절되는 안정된 수목 성장 환경을 제공하여 각국의 열대식물자원을 연구보존하고 있다(Jin et al., 2012). 온실의 특성상 일반 농작물처럼 단일 식물군이 온실 내에 집단적으로 식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분류학적 위치가 다른 다양한 식물군이 혼합 식재되어 있는 공간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Jin et al., 2012). 그로 인해 각 식물군별 해충에 대한 감수성이 상이하므로, 특정 해충에 취약한 수목 위주로 국부적으로 발생하고, 이후 온실 전체로 퍼지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해충 발생초기 대응이 특히 중요하다(Ham et al., 2014). 다수의 연구에 의하면 예찰(豫察)을 통한 해충의 발생 초기에 천적을 투입해야 한다고 조건을 제시하고 있지만, 여전히 방제현장에서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예찰을 통한 천적 적용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Bout et al., 2010;Ham, 2018). 이러한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곤충의 유인-기피 행동 반응을 방제에 이용하기 위한 식물 휘발성 물질의 적용(Moayeri et al., 2007;Lee et al., 2019), 해충의 밀도가 급격히 증가하는 시기에 천적과 혼합 적용할 수 있는 저독성 약제의 선발(Jeong et al., 2017;Ham et al., 2019b) 및 천적과 식물의 혼합 적용(Choi et al., 2013;Hopwood et al., 2016;Oh et al., 2017;Ham et al., 2019a) 등 다양한 현장 적용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Natural Enemy in First method (NEF)는 천적을 효과적으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로 천적과 먹이 곤충이 접종되어 있는 식물을 농가 포장에 주 작물과 함께 관리하면서, 주 재배작물에서 해충이 발생하기 전에 천적을 포장에 먼저 정착시켜 본 포장의 해충 발생을 원천적으로 차단 또는 즉각 방제하는 저비용 고효율 방제시스템이다(Ham, 2018;Ham et al., 2019a). 이러한 접근방식은 Markkula and Tiittanen (1976)의 “Pest in First Technique”을 기본이념으로 하며, 포장에 조성된 식물의 꽃가루나 화밀, 또는 이 식물을 기주로 증식하는 진딧물과 응애류 등을 포장에 먼저 접종 및 증식시켜 천적의 대체먹이 역할을 하게 함으로써 천적의 생존에 긍정적인 작용을 하는데 바탕을 두고 있다(Risch, 1983;Huang et al, 2011;Brownbridge et al., 2013). 또한 NEF에 적용되는 천적의 생물 먹이원은 방제 현장의 작물/수목에 직접적으로 피해를 주는 해충이 아닌 천적의 먹이 역할만 하는 종으로, 천적의 먹이원으로 직접 공급한 해충이 포장에 증식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종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Miller and Rebek, 2018).
이에 본 연구에서는 해충 예찰을 선제조건으로 한 천적 적용과 더불어 NEF 기법을 열대식물자원연구센터에 적용하여 주요 해충인 총채벌레류를 대상으로 천적의 지속적인 방제효과를 확인하였다.
국립수목원 열대식물자원연구센터 내 아열대온실에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총채벌레류의 효과적인 방제를 위하여, 본 연구팀의 선행연구를 통해 선발한 미끌애꽃노린재(Orius laevigatus)의 서식처가 되는 Portulaca sp. (Ham, 2018)를 동반식물의 일종으로 천적과 함께 적용했으며 5년동안의 총채벌레류 방제효과 를 장기적으로 확인하였다.
재료 및 방법
천적 적용 및 방제 효과 조사
천적 적용에 따른 총채벌레류 방제 효과 조사는 경기도 포천시 소홀읍에 위치한 국립수목원 열대식물자원연구센터(총면적 3,834 m2) 아열대존(752 m2) 에서 2015년 3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약 4년 7개월 동안 진행되었다. 2015 ~ 2017년에는 1주 간격으로 2 ~ 4회 천적을 방사하였으며, 2018 ~ 2019년에는 천적과 서식처를 1회만 적용하였다. 3년차까지는 마일즈응애(Hypoaspis miles)로 알려져 있던, 스키미투스응애(Stratiolaelaps scimitus) (van der Ent et al., 2017;APQA, 2018)와 미끌애꽃노린재(O. laevigatus)를 m2에 각각 16마리와 1마리를, 1주일 간격으로 각각 2회와 4회 방사하였다. 4년차부터는, 미끌애꽃노린재는 m2에 1마리씩 방사하였으며, 서식처인 Portulaca sp.는 50 m2당 1주씩 식재하였다. 밀도조사는 10배율 확대경을 이용하여 7 ~ 10일 간격으로 5엽당 총채벌레와 천적의 평균 밀도를 조사하였다(n = 36). 또한 데이터로거(Onset HOBO® pro v2, U23-004, 미국)를 이용해 시설 내외부의 온도를 측정하여 기온 변화에 따른 영향을 확인하였다.
통계분석
총채벌레의 연간 평균 밀도는 회귀분석과 경과 시간에 따른 해충의 밀도 변동은 two-way ANOVA test를 이용하여 분석하였으며, 각 처리구별 천적의 밀도는 one-way ANOVA test로 분석하였다(SAS Institute, 2015). ANOVA test 결과 유의한 경우, 처리구 비교는 Tukey’s Studentized Range (HSD) test로 검정 하였다(Type I error = 0.05).
결과 및 고찰
지속적인 천적 적용에 따른 연도별 총채벌레류 밀도 변화는 Fig. 1과 같다. 스키미투스응애와 미끌애꽃노린재를 1주일 간격으로 각 2~4회 방사, 그 이후에는 NEF 처리 1회만으로, 1차년도 총채벌레의 평균밀도(6.9마리/잎) 대비 2~5년차에는 각각 72.3, 25.9, 11.9, 0.1%로 시간이 경과할수록 억제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딸기에서 천적과 천적 서식처를 혼합 적용했을 때, 천적 단독 처리구 대비 3배 이상의 높은 천적 밀도 유지 효과와 해충의 밀도 억제효과가 13% 증가했다고 보고한 바 있으며(Ham et al., 2019a), 시설 토마토에서도 미끌애꽃노린재와 천적 서식처를 혼합 처리했을 경우 천적 단독처리 대비 총채벌레 밀도 억제 효과가 32% 증가한 사례가 있다(Ham et al., 2020).
NEF 기술 투입 후 시간경과에 따른 연차별 잎당 총채벌레류 밀도 감소 효과는 Fig. 2와 같다(R2 =0.9405). 천적 적용 4년차의 잎당 총채벌레 평균 밀도는 0.8마리로 전년대비 54.3%, 5년 차에는 잎당 0.003마리로 전년대비 99.6%의 통계적으로 유의한 해충 밀도 감소 효과를 확인하였다. 본 연구를 통하여 NEF 기반 천적 적용은 다양한 기주 식물이 혼재되어 있는 시설 내부의 총채벌레 밀도를 장기적으로 감소시키며 관리 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연간 총채벌레의 초기 밀도도 천적 적용 후 경과 연차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F = 7.51 ; df = 4, 15 ; P = 0.002).
온도의 변화에 따른 총채벌레와 천적의 영향을 분석하기 위하여 대상지 실내외의 연평균 온도를 분석한 결과는 Fig. 3과 같다. 5년동안의 내부 평균온도는 23.8±1.5°C, 외부 평균온도는 12.9±1.0°C이다. 천적 적용 3년차에 전년대비 내부 평균온도는 1.09°C, 외부 평균온도는 0.02°C 낮아졌는데 2년차에 비해 총채벌레의 초기 밀도는 25.93% 증가하였다(Fig. 1). 그에 반해 적용 5년차의 전년대비 내부 평균온도는 1.81°C, 외부 평균온도는 2.60°C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총채벌레의 밀도가 크게 감소했는데, 이는 지속적인 천적과 천적의 서식처적용으로 천적이 효과적으로 정착하고 그 밀도가 유지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기후변화에 따른 해충의 밀도 변화와 관련하여, 온도의 증가에 따른 총채벌레류 등 해충의 발육 속도, 번식 및 생존율의 증가는 방제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Berg et al., 2010;Ullah et al., 2010;Colinet et al., 2015;Reineke and Thiery, 2016). 온도의 변화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의 증가와 같은 환경의 변화는 해충의 발육, 생존, 산란 등 생활사에 영향을 줄 것이며, 이는 식물-해충, 해충-해충, 및 해충-천적 등 생태계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칠 수 있다(Jung et al., 2014). 따라서 온실 내부의 다양한 환경조건 변화에 따른 해충과 천적의 밀도 변동을 지속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
5년동안 미끌애꽃노린재의 연간 밀도 변화는 Fig. 4와 같다. 미끌애꽃노린재의 서식처를 같이 적용한 4년차에서는 천적만을 단독 처리한 1~3년차보다 평균 31.9배 이상의 높은 천적 밀도 유지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총채벌레의 밀도가 1~3년차에 비해 82.0% 수준인 평균 0.8마리로 낮게 유지되어 천적의 고른 분포는 확인하지 못하였으나(R2 =0.1287), 천적의 서식처에서 알과 약충이 높은 밀도로 유지되는 것은 확인할 수 있었다(Fig. 5).
Denys and Tscharntke (2002)는 천적의 서식처를 적용하고 6년 경과 이후부터 “Predator-prey ratio”이 높아진다고 보고하였고, Martin et al. (2013)도 천적의 서식처를 적용했을 때 대조구 대비 해충 밀도는 물론 잎의 피해율이 각각 43%, 54% 감소함에 따라, 생물량은 54% 증가했다고 보고한 바 있다. 국내에서는 Ham (2018)과 Ham et al. (2019a)도 천적과 천적의 서식처를 혼합 적용한 지점에서 천적의 활동이 쉽게 관찰될 뿐만 아니라, 천적 단독 처리구 대비 3배 이상 천적의 밀도가 증가함을 보고한 바 있다. 본 연구의 결과에서도 천적의 지속적인 투입과 더불어 천적의 서식처를 함께 적용한 결과 총채벌레류의 밀도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확인하였다. 다만 관람객 이용으로 처리구간 차단이 어려워 해충과 천적의 이동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장소의 특성상 반복 처리 또는 대조구 설정이 어려워 오랜 기간 총채벌레류의 밀도 변동을 확인하였으나, 전시원과 같은 관람시설에서의 천적을 포함해 친환경적으로 해충을 관리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한 추가 연구는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시설 원예작물에 NEF를 확대 적용하여 해충의 밀도 억제에 미치는 영향, predator-prey ratio, 생물량 등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가 검증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