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Castanea crenata)은 국내 임산물 유실수 가운데 가장 넓은 재배면적을 차지하는 주요 임산물로, 2020년 이후 생산량은 다소 감소하는 추세이나 연간 약 37,000톤이 생산되고 생산액 또한 약 990억 원에 이르는 중요한 산림 소득 자원이다(KFS, 2025). 국내에서 재배되는 밤 품종은 숙기에 따라 조생종(단택, 한가위), 중생종(대보, 이평, 대광, 대한, 옥관, 자원, 자홍, 축파), 만생종(미풍, 석추)으로 구분되며 다양한 품종이 지역별로 재배되고 있다(KFS, 2021). 이와 같이 경제적 중요성으로 인해 밤 재배 과정에서의 안정적인 생산과 품질유지는 재배 현장에서 중요한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밤 재배 과정에서의 생산 안정성과 품질 유지를 저해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가 해충에 의한 피해이다. 국내 밤의 해충으로는 복숭아명나방(Conogethes punctiferalis), 밤바구미(Curculio sikkimensis), 밤나무혹벌, 밤송이진딧물, 밤나무산누에나방 등이 알려져 있다(KFS, 2021). 특히 그 중 밤 종실을 가 해하는 주요 해충인 복숭아명나방(C. punctiferalis)과 밤바구미류(Curculio spp.)에 의한 피해는 1970년대 후반부터 지속적으로 보고되어 왔다(Lee et al., 2008;Lee, 2011). 복숭아명나방과 밤바구미는 종실 내부를 가해하여 상품성을 직접적으로 저하시켜 경제적 피해가 크며, 이들 해충을 대상으로 한 생태 연구와 방제 기술 개발이 꾸준히 이루어져 왔다(Choi, 1998;Kim et al., 2008). 이에 따라 현재 국내에서는 복숭아명나방과 밤바구미를 대상으로 한 농약이 등록되어 있으며(RDA, 2025), 산림청의 임산물표준재배지침(GAP)에 해당 해충을 중심으로 방제 방법이 제시되어 있다(KFS, 2021). 한편, Choo et al. (2001)과 Kim et al. (2024)에 의해 밤 종실해충으로 밤애기잎말이나방(Cydia kurokoi)이 보고되었으나, 기존 임산물표준재배지침에서 해충으로 구분되어 있지 않다. 또한, 밤애기잎말이나방 유충에 대한 형태적 동정이 이루어진 바 없어, 실제 가해 종에 대한 확인이 제한적이었다.
또한 국내 주요 밤 생산지 간에 종실해충의 발생 양상과 유충 종 조성 및 발생 비율이 지역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한 비교 연구는 아직 제한적으로 이루어져 왔다(Choo et al., 2001;Cho et al., 2024;Kim et al., 2024). 기존 연구들은 특정 지역 또는 특정 해충 종에 대한 발생 보고에 초점을 둔 경우가 많아, 주요 생산지 간의 상대적인 발생 양상과 종별 발생 비율을 종합적으로 비교·분석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정보는 지역별 기후 조건, 재배 환경 및 품종 차이에 따른 해충의 생태적 반응을 반영하는 중요한 지표로, 지역 특성을 고려한 방제 전략 수립을 위해 중요한 요소이다.
밤 종실해충 유충의 종실 탈출 시점은 종실 내부 가해가 종료되는 시점과 이후 생활사 단계로의 전환을 반영하는 행동생태적 지표로서, 종별·지역별 발생 시기 비교와 피해 종료 시점 판단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밤 종실해 충을 대상으로 유충 탈출 양상을 정량적으로 비교·분석한 연구는 아직 충분하지 않은 실정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충주, 부여, 하동의 주요 밤 생산지를 대상으로 채집한 밤을 실험실 조건에서 사육하여, 밤 종실에서 탈출한 유충의 종 조성과 탈출 양상을 비교·분석하고자 하였다. 아울러 유충 탈출 개시 시점, 탈출 지속 기간, 그리고 전체 탈출 유충 수 대비 50% 및 90% 탈출 시점을 정량적으로 산출하여 종 간 차이를 평가하였고, 밤애기잎말이나방에 대해서는 DNA 분석을 통해 종 동정을 평가하였다.
재료 및 방법
밤 및 탈출 유충 조사
실험에 사용한 밤 시료의 채집 지역, 품종, 채집일 및 사육 개시일은 Table 1에 나타내었다. 충주(충주시 소태면 복탄리)에서는 이평 품종을, 부여(부여시 은산면 내지리)와 하동(하동군 횡천면 횡천리)에서는 대보 품종을 각각 무작위로 수확 후, 채집 다음 날 국립산림과학원으로 배송하였다. 배송된 밤은 국립산림과학원 친환경방제실에서 온도 22 ± 0.1°C(평균 ± 표준오차)와 상대습도 60 ± 4%(평균 ± 표준오차) 조건에서 사육하였다.
사육 기간 동안 밤에서 탈출한 유충은 매일 관찰하여 형태적 특징에 따라 분리·수집하였으며, 7일 이상 연속하여 탈출 유충이 확인되지 않을 때까지 조사를 지속하였다. 복숭아명나방과 밤바구미는 형태적으로 동정하였으며(Fig. 1), 밤애기잎말이나 방으로 추정되는 잎말이나방류 유충은 형태적으로 분리·수집한 후 분자생물학적 방법으로 동정하였다. 유충의 탈출 기간은 밤 채집일을 기준으로 최초 유충 탈출이 확인된 날부터 마지막 유충 탈출이 확인된 날까지의 일수로 정의하였다.
탈출 시점의 정량적 비교를 위해 일별 탈출 유충 수를 누적하여, 전체 탈출 유충 수 대비 50% 및 90%에 도달한 시점을 각각 50% 및 90% 탈출일로 산출하였다. 지역별 유충 발생 수는 배양 기간 동안 밤에서 탈출하여 형태적으로 구분·동정된 유충의 누적 개체수를 기준으로 계산하였다.
유충 탈출공은 유충이 밤 내부에서 외부로 탈출하며 형성한 구멍으로 정의하였으며, 육안으로 명확히 확인 가능한 경우만 계수하였다. 하나의 밤에서 복수의 탈출공이 확인된 경우에는 각 탈출공을 독립적으로 기록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별 피해율과 피해 밤 1개당 탈출공 수를 산출하였다.
밤 탈출 유충(밤애기잎말이나방)의 분자생물학적 분석
밤에서 탈출한 잎말이나방류 유충은 기존 밤 종실해충 보고(Choo et al., 2001;Kim et al., 2024)를 바탕으로 밤애기잎말이 나방으로 의심되었으나, 정확한 종 동정을 위하여 분자 분석을 수행하였다. 유충 전체를 분쇄한 뒤, 제조사의 프로토콜에 따라 DNeasy Blood & Tissue kit (QIAGEN Inc., Hilden, Germany)를 사용하여 genomic DNA를 추출하였다. 곤충 종 동정에 주로 사용되는 COI 유전자를 프라이머 LCO1490(GGTCAACAAA TCATAAAGATATTGG)과 HCO2198(TAAACTTCAGGGT GACCAAAAAATCA)을 사용하여 ProFlexTM PCR System (Thermo Fisher Scientific, Waltham, USA)에서 증폭하였다. 각 PCR 반응은 총 20 μL로 수행하였으며, AccuPower® Taq PCR PreMix(Bioneer, Daejeon, Korea)에 DNA 1 μL, 각 프라이머 0.5 μL씩, 그리고 증류수 18 μL를 첨가하였다. PCR 증폭은 95°C 에서 2분간 초기 변성 후, 95°C 30초, 45°C 30초, 72°C 1분 조건 으로 35회 반복하였으며, 마지막으로 72°C에서 5분간 최종 신장을 수행하였다. 증폭 산물은 Bionics (Seongdong-gu, Seoul, Korea)에서 시퀀싱을 진행하였고 Geneious Prime (Biomatters, Auckland, New Zealand)를 이용하여 조립하였다. 확보된 모든 염기서열은 종 동정 및 분석에 활용하기 위해 NCBI Genbank에 등록하였다(Accession numbers: PX789746-PX789747). 확보된 서열과 가장 높은 유사성을 보이는 종을 확인하기 위하여 N CBI BLAST 검색을 이용하여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하였다. 또한, NCBI의 근연종 서열들과 함께 정렬한 뒤, MEGA 12(MEGA, Pennsylvania, USA)에서 Kimura-2-parameter 모델과 1,000회 bootstrap 반복을 적용하여 Neighbor-joining (NJ) 계통수 분석을 수행하였다. NJ 계통수 분석에는 Cydia속 6종과 외군으로 네줄애기잎말이나방(Grapholita delineana) 1종의 COI 염기서열을 사용하였다(Table 2).
자료분석
충주, 부여, 하동 지역에서 조사된 복숭아명나방, 밤애기잎말이나방, 밤바구미 유충의 발생 양상이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는지를 평가하기 위하여 통계 분석을 수행하였다. 지역(3수준: 충주, 부여, 하동)과 유충 종류(3종)를 요인으로 하는 교차분할표(contingency table)를 작성하여, 카이제곱 독립성 검정(Chisquare test of independence)을 적용하여 지역과 발생 종 조성 간의 독립성을 검정하였다. 모든 통계 분석은 R 통계 프로그램(ver. 4.3.3.)의 stats 라이브러리와, chisq.test를 이용하여 수행하였으며, 유의수준은 p < 0.05로 설정하였다(R Core Team, 2024).
결과
밤애기잎말이나방 유충의 분자생물학적 동정
밤 종실에서 탈출한 잎말이나방류 유충에 대해 DNA 분석을 수행한 결과, NCBI에 등록된 C. kurokoi의 COI 염기서열(Accession number: OQ836362.1)과 100%의 유사도를 보여, 본 연구의 잎말이나방류 탈출 유충은 밤애기잎말이나방으로 동정되었다. NJ 계통수(Fig. 2) 분석에 포함된 모든 서열은 종 수준에서 독립적인 군집을 형성하였으며, 외군인 네줄애기잎말이나방(Grapholita delineana)은 별도의 클레이드로 분리되어 Cydia속의 단 계통성을 지지하였다. 또한, 본 연구에서 확보된 모든 서열은 C. kurokoi 서열들과 동일한 클레이드를 형성하였고, 국내외 밤 종 실해충을 포함한 다른 Cydia속 종들과는 명확히 구분되었다.
밤 탈출 유충의 종류 및 탈출 기간
충주, 부여, 하동에서 수집한 밤에서 탈출한 유충은 복숭아명나방, 밤애기잎말이나방, 밤바구미의 3종으로 확인되었다(Fig. 1). 유충의 탈출은 현지 채집 후 각각 충주 5일, 부여 8일, 하동 7일부터 시작되었으며, 탈출은 각각 49일, 30일, 44일간 지속되었다(Fig. 3). 충주에서는 조사한 밤 2,598개 중 404개(15.6%)에서 유충 탈출공이 확인되었고, 부여에서는 1,375개 중 256개(18.6%), 하동에서는 2,388개 중 892개(37.2%)에서 탈출공이 관찰되었다. 피해 밤 1개당 평균 탈출공 수는 충주 1.12개, 부여 1.07개, 하동 1.75개로, 하동에서 가장 높았다. 모든 지역 복숭아명나방 유충의 탈출이 가장 먼저 시작되고 가장 먼저 완료되었으며, 이후 밤바구미와 밤애기잎말이나방의 순으로 탈출과 완료가 확인되었다(Table 3). 전체 탈출 유충 수 대비 50% 및 90% 탈출 시점 또한 복숭아명나방, 밤바구미, 밤애기잎말이나방의 순으로 나타나, 종별 탈출 시기의 뚜렷한 차이가 확인되었다.
지역별 유충 발생 양상과 해충상 변화
지역별 유충 발생 수는 충주에서 복숭아명나방 10마리, 밤애 기잎말이나방 153마리, 밤바구미 12마리였으며, 부여에서는 각각 12, 202, 1마리로 나타났다. 반면 하동에서는 밤애기잎말이나방 894마리, 밤바구미 891마리, 복숭아명나방 9마리로, 충주와 부여와는 뚜렷하게 다른 발생 양상을 보였다(Fig. 4). 지역과 유충 종류 간의 발생 양상을 카이제곱 독립성 검정으로 분석한 결과, 지역과 유충 종류 간에는 통계적으로 매우 유의한 차이가 확인되었다(χ² = 322.49, df = 4, p < 0.001). 충주와 부여에서는 밤애기잎말이나방이 전체 발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단일 우점 양상이 나타난 반면, 하동에서는 밤애기잎말이나방과 밤바구미가 동시에 높은 비율로 발생하는 이중 우점 구조를 보였다. 복숭아명나방은 모든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비율로 관찰되었다.
고찰
본 연구에서는 국내 주요 밤 생산지에서 채집한 밤 종실로부터 탈출한 유충의 조성과 탈출 시기를 비교함으로써, 지역별 밤 종실해충 발생 양상의 차이를 실증적으로 제시하였다. 가해 중 잎말이나방류는 밤애기잎말이나방으로 동정하였고, 모든 조사 지역에서 복숭아명나방, 밤애기잎말이나방, 밤바구미의 3종이 공통적으로 확인되었으나, 종별 발생 비율과 탈출 양상에는 지역 간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
밤 종실을 가해하는 Cydia속 해충으로는 일본, 중국, 한국에 분포하는 검정날개애기잎말이나방(C. glandicolana)과 밤애기 잎말이나방(C. kurokoi), 그리고 유럽에 분포하는 C. fagiglandana와 C. splendana가 보고되어 있다(Komai and Ishikawa, 1987;Angeli et al., 1998;Ferranini et al., 2021). 그러나 국내에 서는 밤 종실에서 발생하는 잎말이나방류에 대해 분자생물학적 방법을 통한 명확한 종 동정이 이루어진 바가 없었다. 본 연구는 국내 밤 종실해충으로서 밤애기잎말이나방의 존재를 분자생물 학적으로 확인한 첫 사례 중 하나로 판단된다. 추후, 이러한 분자적 동정을 바탕으로 밤애기잎말이나방의 형태적 특징을 보고 된다면, 형태적으로 동정이 가능할 것이므로, 밤 재배 농가에서도 쉽게 피해 유충을 구별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밤애기잎말이나방의 경우, 일본에서 야외 조건 하에서 보고된 탈출 기간과 본 연구에서 관찰된 탈출 기간은 각각 약 26일과 30–49일로 본 연구에서 다소 차이가 나타났다(Nakagaki and Yanagibashi, 1985). 이는 조사 조건의 차이, 특히 실내 사육 환경에서 수행된 본 연구의 특성에 기인한 것일 수 있다. 하동 지역 에서는 밤애기잎말이나방과 밤바구미의 탈출 시기가 거의 중첩 되어 관찰되었다. 이는 두 종이 종실 내부에서 발육한 후 종실을 탈출하는 공통된 행동 단계를 공유하기 때문으로 판단되며, 동일한 종실 자원을 이용하는 해충 간 탈출시기는 중첩될 수 있음을 시 사하였다. 밤 종실에서 도토리밤바구미(Curculio dentipes)와 밤 애기잎말이나방의 탈출 시기가 중첩된 경우가 제시된 바 있다 (Nakagaki and Yanagibashi, 1985). 하동에서의 밤바구미 탈출 기간(36일)은 Kim et al. (2008)이 보고한 중생종의 탈출 기간(30–33일)과 차이를 보였으며, 이 역시 실내 사육 조건과 야외 환경 조건에 따른 결과로 판단된다.
충주와 부여 지역에서는 밤애기잎말이나방이 전체 유충 발생의 대부분을 차지한 반면, 하동 지역에서는 밤애기잎말이나방과 밤바구미가 동시에 높은 비율로 발생하는 이중 우점 구조가 나타났다. Shin et al. (1998)은 밤바구미에 의한 피해율을 중 생종에서 20–30%로 보고하였는데, 본 연구에서 하동의 밤바 구미 피해율(탈출공 기준 약 18%)은 기존 보고와 유사하였다. 반면, 충주와 부여에서는 기존 보고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피해 수준을 보였다. 또한 Choo et al. (2001)이 보고한 복숭아명나방 - 밤바구미 - 밤애기잎말이나방 순의 발생 비율과도 차이가 있었으며, 복숭아명나방의 발생 비율을 기준으로 추정한 피해율은 0.19–1.05%로, 1995–2010년 기간 동안 보고된 17.9– 34.5%(Lee, 2011)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충주와 부여 지역에서 밤바구미의 발생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난 결과는, Fig. 3에서 제시된 유충 탈출 시기 분포를 고려할 때, 일부 개체가 수확 이전에 이미 종실을 탈출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역별 밤 수확 시기 및 재배 품종의 차이는 유충 발육 속도와 탈출 개시 시점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채집 시점에 따라 종실 내 잔존 유충 수가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 본 연구가 수확 후 종실을 대상으로 수행되었다는 점에서, 이러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본 연구와 Lee (2011)의 연구는 조사 시기, 조사 지역, 대상 품종 및 피해율 산정 방법에서 차이가 있으나, 본 연구 결과는 밤 종실해충의 발생 양상과 우점종이 시간의 경과와 지역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을 시사하였다. 해충 우점종의 변화는 특정 작물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다양한 농업 및 임업 작물에서 시간의 경과와 환경 변화에 따라 반복적으로 보고되어 왔다. 실제로 국내 사과에서는 은무늬굴나방(Lyonetia prunifoliella)이 1990 년대 초반까지는 주요 해충으로 인식되지 않았으나 1994년 이후 피해가 급증하여 주요 해충으로 부상하였고, 복숭아심식나방(Carposina sasakii) 또한 2000년 이후 사과원의 우점 해충으로 변화하였다(Choi et al., 2013). 배의 경우에도 복숭아순나방(Grapholita molesta)은 1990년대 후반까지 주요 해충으로 인식되지 않았으나 2000년대 초반부터 주요 해충으로 부각되었다 (Yang et al., 2001;Cho et al., 2010). 이러한 선행 연구들은 농업 및 임업 해충에서 해충상이 시간과 환경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유충 종 조성의 변화는 지역별 기후 조건, 재배 환경 또는 해충 발생 생태의 차이에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을 시사한다(Kim and Jung, 2021;Lee et al., 2024).
본 연구에서는 과거 상대적으로 문제시되지 않았던 밤애기 잎말이나방이 모든 조사 지역에서 주요 해충으로 확인되었다. 국내에서는 밤애기잎말이나방의 피해가 최근 보고되기 시작하였으며(Choo et al., 2001;Kim et al., 2024), 일본에서도 1966년 발생 비율 3%로 보고된 이후 피해 사례는 보고되고 있으나, 피해율에 대한 보고는 없었다(Nakagaki and Yanagibashi, 1985). 반면 복숭아명나방이 분포하지 않는 유럽 이탈리아에서는 피해 밤의 원인이 모두 C. fagiglandana와 C. splendana에 의해 발생하였으며, 피해율은 수확 시 2.42–6.68%, 수확 후 7.0–10.9%로 증가하였다(Ferranini et al., 2021).
현재 국내에서는 밤 해충 모니터링을 위해 주로 복숭아명나방 페로몬 트랩이 사용되고 있으나, 현장에서는 실제 피해에 비해 트랩 포획 수가 적다는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밤애기잎 말이나방에 의한 피해가 크지만 복숭아명나방 페로몬 트랩에는 포획되지 않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향후에는 밤애기 잎말이나방의 페로몬 동정과 이를 이용한 발생 시기 규명을 통 해 보다 정밀한 모니터링 및 방제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복숭아명나방과 밤바구미는 야외 조건에서 성충 발생 피크 이후 일정 기간의 발육 단계를 거쳐 유충이 종실을 탈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성충 트랩 포획 시기와 유충 피해 발생 사이에는 일정한 시차가 존재한다(Choo et al., 2001;Kim et al., 2008). 따라서 본 연구에서 관찰된 유충 탈출 시점은 수확 후 종실을 대상으로 한 실내 사육 조건에서 측정된 결과로, 야외 성충 발생 양상과 직접적으로 대응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본 연구는 국내 주요 밤 생산지 일부를 대상으로 수행되었으며, 조사 지역(3개 지역)과 대상 품종(2개 품종)의 범위와 실내 사육이라는 제약으로 인해 전국적인 발생 양상이나 실제 포장 피해 수준을 대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지역별 밤 종실해충의 종 조성과 상대적인 발생 양상을 비교한 자료로서, 향후 야외 포장에서 성충 발생과 유충 탈출 간의 관계를 검증하기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향후 연구에서는 수확 이전 시기의 종실 조사와 야외 포장 조사를 병행하고, 조사지역과 품종을 확대함으로써 종별 유충 탈출 양상과 실제 피해 수준 간의 관계를 보다 체계적으로 검증할 필 요가 있다.
결론
본 연구는 국내 주요 밤 생산지에서 밤 종실해충의 발생 양상과 유충 종 조성이 지역에 따라 뚜렷하게 달라질 수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주었다. 특히 기존 방제 체계에서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밤애기잎말이나방이 모든 조사 지역에서 주요 해충으로 확인되었으며, 분자생물학적 방법을 통해 그 가해 종이 밤애기잎말이나방 임을 명확히 규명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밤 종실해충 관리가 기존의 복숭아명나방과 밤바구미 중심 체계에 국한되어서는 충분하지 않으며, 지역별 해충상 변화와 잠재적 주요 해충의 부상을 반영한 재검토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나아가 밤애기잎말이나방의 페로몬 동정을 통한 발생 정보는 향후 효과적인 모니터링 체계 구축과 방제 전략 수립을 위한 핵심 기초 자료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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